엔비디아가 파스칼 아키텍처 기반의 지포스 GTX 1080을 발표하면서 게이머들은 열광하고
있다.
22nm 공정을 건너뛰고 16nm 공정을 도입한 점을 감안하면 성능 향상이 실망스럽다거나
이나 파운더스 에디션이라는 '가격 인상'이 마음에 들지않는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의 게이머는 지포스 GTX 1080의
성능과 소비전력에 열광하고 있으며, 현재 지포스 GTX 970을 대체할 보다 현실적 가격의 지포스 GTX 1070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게이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일까? NVIDIA는 지포스 GTX 1080 성능
엠바고가 풀리고 이틀 뒤 바로 지포스 GTX 1070의 스펙과 성능 정보를 공개했다. 공개된 스펙에 따르면 지포스 GTX
1070에 사용된 GPU는 지포스 GTX 1080에 포함된 20개의 SM 중 다섯 개를 커팅했지만 메모리 버스는 지포스
GTX 1080과 동일한 256bit, 지포스 GTX 970과 비교해 2배 이상의 VR 성능, 게임 성능은 170% ~
180% 수준의 성능으로 알려졌다.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지포스 GTX 1070. 하지만 기자는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는데, 조금은 음모론적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지포스 GTX 1080 GPU를 자른 지포스 GTX 1070, 어떤 구조일까?
지포스 GTX 1080에
사용된 GP104 GPU Diagram
지금까지 엔비디아의 GPU 설계 방침을 살펴보면 풀칩을 기반으로 그 중 일부 스펙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하위 칩셋을 만들어 왔다. 지포스 900 시리즈의 지포스 GTX 980과 GTX 970이 그랬고,
파스칼의 지포스 GTX 1080과 GTX 1070이 그렇다.
다이어그램이 공개되는 풀칩과 달리 지포스 GTX 1070과 지포스 GTX 970같은 커팅
칩의 경우 정확히 어떤 부분을 어떻게 커팅했는지 공개하지 않는데, 때문에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NVIDIA가 공개한 풀
칩 기반으로 커팅 칩의 구조를 '추측'만 할 뿐이고, 평소라면 별다른 문제가 안될 것이다.
공개된 스펙으로 추정해 본 지포스 GTX 1070 GPU
하지만 2014년 9월 출시된 지포스 GTX 970의 메모리 사건으로 인해 NVIDIA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지금, NVIDIA가 발표한 커팅칩의 스펙을 그대로 믿기에는 기자의 신뢰도가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상황인데, 공개된 스펙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SM 커팅 방식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다섯 개의 SM이 포함된 GPC 한 개를 통째로 도려내는 것, 두 번째는
GPC당 1개 또는 두 개의 SM을 도려내는 것이지만, 어느쪽이 되었든 SM과 연동된 TMUs는 줄어들 수 밖에 없고, 현
시점에서 관건은 SM과 별도 취급인 ROPs가 줄어들지 유지될지, 무엇보다 메모리 버스를 256bit라고 발표하긴 했지만
GTX 970에서의 메모리 버스 사건이 재연될까 하는 것이 지포스 GTX 1070에 대해 필자가 우려하는 점이다.
공식 스펙과 달라 집단 소송까지 번졌던 GTX 970 메모리 이슈
지포스 GTX 970 GPU,
GM204-200-A1 도식
지포스 GTX 970의 출시 당시 공개된 스펙은 256bit 메모리 버스에 2MB L2
캐시, 64ROPs로 알려졌지만, 4K와 같이 높은 메모리 대역폭이 필요한 환경에서 3.5GB 이상의 메모리 사용될 때
성능 저하 문제가 발생하면서 실제 스펙은 56ROPs, 1.75MB L2 캐시 메모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즉, 당시에도 굳이 들어날 필요가 없던 ROPs를 줄이고 여섯 곳의 L2 캐시 블록과
메모리 컨트롤러는 1:1 매칭한 것과 달리 마지막 부분은 L2 캐시 블록 하나에 두 개의 메모리 컨트롤러를 매칭 시켜
메모리 사용량이 3.5GB 미만일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 이상의 메모리가 사용될 때 성능 하락과 게임 화면에 이상이
발생하는 이슈가 발생했다.
이같은 문제가 NVIDIA가 밝힌 스펙 차이나는 메모리 구조의 문제 때문인지 무언가 다른
문제 때문인지는 명확히 결론나지 않았지만, 실제 스펙과 차이나는 공식 스펙을 이용한 허위광고, 이유야 어쨌든 기대했던
성능을 제공받지 못했다는 사실과 하이엔드 그래픽 카드로는 '끝내주는' 가성비로 높아진 기대가 배신 당한 게이머들은 NVIDIA를 성토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NVIDIA의 젠슨 황 CEO는 지포스 GTX 970의 메모리 이슈에 대해 입을
열었는데, "개선된
아키텍처 덕에 GTX 970은 3GB 메모리에 1GB를 추가로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며 새로운 '기능(feature)'에
얽힌 마케팅 팀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치부했다.(관련
포스팅)
하지만 이미 집단 소송과 환불 사건으로 걷잡을 수 없이 불길이 번지고 있는 GTX 970
메모리 이슈에 대한 이같은 해명 아닌 해명은 오히려 기름을 부어 버리는 결과를 나았으며, NVIDIA에 대한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혔다.
한편, GTX 970의 메모리 구조가 대대적으로 이슈화된 것은 성능에 민감한 하이엔드
유저들이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하고 기대했던 스펙과 다른 실상을 알게된데 배신감을 느낀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이지만, 이같은
메모리 이슈는 192bit라는 '변태' 메모리 인터페이스를 갖춘 일부 지포스 600 시리즈의 메인스트림 모델에서도 드물게
성능 문제가 보고된 바
있다.
해당 이슈 역시 성능 저하의 원인이 그래픽 카드 문제인지 확실하지는 않았고, 지포스 600 시리즈가 출시되던 2012년 당시는 Full HD 게이밍이 주를
이루었으며, 192bit 메모리 버스 제품도 메인스트림과 퍼포먼스급에 걸쳐 있었기 때문인지 주로 4K 게이밍에서 문제가 발견된
GTX 970과 같이 대대적인 이슈로 확대되지는 않았다.
NVIDIA 파스칼 지포스 GTX 1070는 메모리 문제 클리어?
지포스 600 대의 메모리 이슈는 당시 게이밍 환경 때문인지 특별히 이슈화 되지
않았지만, GTX 970 메모리 이슈는 당시 NVIDIA가 집중하던 4K 게이밍 환경에서 주로 발생했다는 점, 끓어오르는
게이머들에 대한 NVIDIA의 어설픈 대응이 맞물려 집단 소송에 일부 판매점 수준에서 환불까지 진행될 정도로 크게
발전했다.
최근 GTX 970 메모리 이슈에 대응하는 NVIDIA의 태도를 보면 지포스 GTX
1070이 256bit 메모리 버스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는 지포스 GTX 970과 같은 사실상 224bit,
최악의 경우 192bit일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게다가 기본 메모리도 8GB로 두 배 늘어난 만큼 이같은 트릭이 있다해도
쉽게 탐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다행이 GTX 970 사건 때 VRAM 성능 측정을 위한 벤치마크 프로그램이 공개된 만큼
기존의 메모리 꼼수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지만, 삼성 갤럭시 S6의 벤치마크 부스트 코드 삽입과 같이 회피 로직 적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연 그 정도의 트릭을 쓰면서 얻고자 하는 것에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둘째치고 말이다.
실제 제품이 출시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제기되는 지포스 GTX 1070의 메모리 버스에
대한 이같은 음모론은 어떻게 해도 결론이 나기 어려운 문제라, 제품이 출시되는 6월 10일이후 검증을 거치면 확실해질 것이다.
그때는 지포스 GTX 1070의 메모리 스펙에 대한 기자의 걱정이 말 그대로 기우로
판명나기를 바란다.
[영상] 영원한 1등 IBM의 PC 시장 실패, 엔비디아가 생각난다 (feat. PS/2, OS/2) [PC흥망사 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