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말하면 잔소리라고 할 정도로 공유기는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PC와 스마트폰, 태블릿, 심지어 가전제품까지 각종
IT 기기를 인터넷으로 연결해서 사용하려면 필수여서 그렇다.
또한 이동통신사들은 초고속 5G 통신망을 열성적으로 광고하지만 걸핏하면 연결이 끊기고 LTE로 전환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므로 속
시원하게 인터넷에 접속하려면 와이파이(Wi-Fi)가 필요하다. 즉 PC 없이 스마트폰만 쓰는 사람이라도 공유기는 꽤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그로 인해 여러 기업이 다양한 공유기를 출시하고 있으며 현재 시장에는 일일이
헤아리기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공유기들이 존재한다. 단순하게 와이파이 접속을 원한다면 어떤 제품을 선택해도 문제 없지만 물론 그렇게 하는 경우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IT 기기처럼
공유기도 제품마다 하드웨어 사양과 지원하는 기술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보급형과 고급형 공유기 사이에는 크게는 수십 배까지 가격 차이가 나기 때문에 고급형 공유기에 선뜻 관심을 가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어떤 이점이 있어서 그 정도로 서로 격차가 벌어지는지 궁금해질 텐데 이번 기사에서는 고급형 공유기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겠다.
높은 사양과 최신 네트워크 기술 집약한 고급형 공유기

고급형 공유기(좌)와 보급형 공유기(우) 비교
(출처: 넷기어
코리아)
상단에 있는 이미지는 넷기어 코리아 홈페이지에서 고급형 공유기인 '나이트호크(Nighthawk) X4S R7800'과 보급형 공유기인
'R6080'을 선택하여 사양을 비교하고, 핵심 기능 항목만 표시한 것이다.
나이트호크 X4S R7800 쪽에 MU-MIMO, 쿼드 스트림(Quad-Stream), QoS, 빔포밍 플러스(Beamforming+) 등
기능이 여러 가지 있어서 R6080보다 2배 이상 내용이 많다. 이마저도 이미지가 너무 길어져서 일부를 제외한 것이니 차이는 엄청나다
보통 CPU나 그래픽카드는 고급형과 보급형 사이에 성능 차이는 많이 나지만 기능은 몇 가지만 다를 뿐인데 공유기는 다르다. 네트워크 관련
하드웨어와 표준이 방대하고 공유기 제조사들이 각자 고안하거나 발전시킨 기술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리 하드웨어 사양이 높고 많은 기능을 지원한다고 해도 소비자 입장에서 생소한 용어와 기술명은 그저 머리를 긁적이게 만들 따름이다.
결국 소비자가 모든 요소를 고려하고 제품 가치를 판단하기는 어려운데 그렇다면 주목할 만한 기술 위주로 고급형 공유기를 살펴보면 된다.
와이파이 음영 지역 극복하는 이지 메시

와이파이 음영 지역을 해소할 수 있는 '이지 메시'
(이미지 출처: 와이파이 연합 홈페이지)
와이파이는 무선 기반 네트워크 기술이므로 적정한 무선 신호 세기가 보장되어야 한다. 면적이 넓지 않은 가정집조차 콘크리트 벽 하나만
거쳐도 와이파이 신호가 많이 감소하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기술로 '이지 메시(EasyMesh)'가 있다.
일반적으로 공유기는 본체에 와이파이 접속 지점(Access Point)이 하나 있는데 그 접속 지점을 두곳 이상으로 분산하여 그 중
어디에서나 강한 무선 신호를 제공하면서 동일한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이지 메시이다.
와이파이 익스텐더(Extender)나 WDS (Wireless Distribution System, 무선 분배 시스템)로 와이파이 음영
지역을 해소하는 것과 유사한데 이지 메시를 지원하는 공유기는 본체와 추가 접속 지점을 제공하는 위성 유닛 사이에 호환성과 안정성이 보장되며
설치 과정도 간편하므로 더 유리하다.

이지 메시를 지원하는 공유기 '넷기어 오르비 프로'
이지 메시를 지원하는 오르비 프로(Orbi Pro)는 공유기 본체와 위성 유닛 하나로
465제곱미터(약 140평)에 달하는 넓은 지역에 와이파이를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저택에서도 충분할 정도로 넓은 범위에 와이파이를 구축하는
것이어서 이지 메시가 얼마나 유용한 기술인지 가늠할 수 있다.
주요 네트워크 기기 제조사들은 이지 메시를 지원하는 고급형 공유기를 시장에 선보이고 있으므로
여러 층에 사무실을 둔 기업이나 규모가 큰 공장에서 쉽게 와이파이를 이용하고 싶다면 눈여겨 보는 것이 좋다.
여럿이 접속해도 적정 속도 보장하는 MU-MIMO

와이파이에 여러 기기가 접속했을 때 효율적인 MU-MIMO
(출처: 넷기어 코리아)
와이파이 무선 대역폭을 증대하는 대표적인 기술로는 'MIMO (Multiple Input Multiple Output, 다중 사용자 다중
입력/다중 출력)'가 있다. 7년 전 5GHz 주파수 기반 '와이파이 5 (또는 IEEE 802.11ac)' 초기에 도입되었는데 안테나를
여러 개 이용해서 무선 대역폭을 증대하는 것이 특징이다.
몇 년 지나지 않아서 MIMO는 보급형 공유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술로 자리 잡았는데 1:1 연결에 특화되어서 같은
와이파이에 여러 기기가 연결하면 무선 속도가 급감하는 제약이 있다. 와이파이 전체 무선 대역폭을 각각 균등하게 나눠서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점을 해소하기 위해 MU-MIMO (Multi-User MIMO, 다중 사용자 MIMO)가 고안되었다. MU-MIMO를 지원하는
공유기 와이파이에 똑같이 MU-MIMO를 지원하는 무선 기기를 다수 연결하면 적정한 속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MU-MIMO 지원하는 나이트호크 X4S R7800
한편 MU-MIMO도 안테나 개수에 따라 영향을 받는 기술인데 위 제품처럼 안테나가 4개 장착되었다면 그
수에 비례하여 MU-MIMO 지원 기기를 4개까지 와이파이에 연결하여 효과를 볼 수 있다. 따라서 MU-MIMO를 최대한 활용하고 싶다면
안테나와 연결하는 기기 개수도 신경 써야 한다.
혹시 MU-MIMO 지원 기기와 미지원 기기를 동시에 연결하는 경우에는 효과가 없을까봐 걱정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MU-MIMO 지원
기기는 다른 기기들과 별개로 적정한 와이파이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공유기 OS로 게임에 특화시킨 편의 기능 지원

현재 인기 있는 게임들은 PC와 콘솔(비디오 게임기), 모바일을 가리지 않고 대다수가 온라인 연결을 요구한다. 다른 게이머와 함께 게임을
즐기는 온라인 멀티 플레이를 위해서이다.
수시로 게임사의 서버나 다른 게이머의 시스템과 데이터를 주고 받는 온라인 게임은 잠시만 네트워크에 문제가 생겨도 즐거운 시간이 짜증나는
시간으로 변하고 마는데, 만약 공유기가 게임 실행 시 사용자의 네트워크만이라도 최적화시킨다면 그런 부담은 확 줄어들 수 있다.

운영체제에 게이머를 위한 기능 다수 있는 '넷기어 나이트호크 프로 게이밍
XR500'
게이밍 PC가 유행하는 시대에 부합하듯이 공유기 시장에는 게이밍에 특화된 고급형 공유기가 늘어나고 있는데 나이트호크 프로 게이밍 XR500 (Nighthawk Pro Gaming XR500,
이하 XR500) 역시 그런 제품이다.
가장 큰 특징은 게이머에게 유용한 기능을 지원하는
넷듀마(Netduma)의 듀마OS(DumaOS)를 제공하는 점이다.

듀마 OS에서 대표적인 기능은 지오 필터(Geo-Filter)이다. 지오 필터를 사용하면 지정한 거리로 서버와 호스트 접속 범위를
제한하는데 그렇게 범위를 제한하면 네트워크 지연을 줄일 수 있고, 처음부터 원활한 접속이 어려운 상대방을 배제하여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그 외에 특정 기기나 소프트웨어가 네트워크 대역폭을 독차지하는 현상을 막는 QoS (Quality of Service) 기술인 안티 버퍼블로트(Anti-Bufferbloat)도
있어서 XR500에 연결 된 장치와 프로그램이 사용하는 네트워크 속도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여 전체 네트워크 균형을 맞춘다.
게이밍 공유기를 표방하는 제품들 가운데 하드웨어 사양만 으리으리하고 소프트웨어 지원은 평범한 경우도 있으므로 그런 공유기들 속에서
게이머에게 가치 있는 제품을 찾고 싶다면 이런 차별화 요소도 신경 쓰면 된다.
공유기 무선 환경을 한차원 도약시키는 와이파이 6

와이파이를 개선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할 기술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결국 새로운 틀에 맞춰 차세대 와이파이를
도입하는 것이다. 현재 최신 버전은 바로 '와이파이 6 (또는 IEEE 802.11ax)'이다.
연구 단계에서부터 여러 명이 동시에 접속하는 것을 고려하였고 이론상 최대 10Gbps 대역폭까지 지원할 수 있어서 유선 네트워크 속도를
무선으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하다.
또한 와이파이 6에는 최적화를 위해 OFDMA (Orthogonal Frequency Division Multiple Access, 직교 주파수
분할 다중 접속)라는 기술이 도입되었다. 데이터가 순차적으로 전송되어서 기다리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큰 채널을 작은 채널로 나누고 데이터 패킷
여러 개를 동시에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전 세대 와이파이와 달리 업로드 연결 시에도 속도가 향상되고 무선 신호 전송 거리를 늘리는 효과도 있다.

와이파이 6 지원 공유기
'넷기어 나이트호크 AX8 8-스트림 AX6000'
와이파이 6는 지난 해 3분기부터 상용화가 개시되었는데 그로 인해 아직은 지원하는 제품이 많지 않다. 그래서 주요 네트워크 기기 제조사들의
고급형 공유기가 당장 체험할 방법이기도 하다.
와이파이 6 지원 공유기인 나이트호크 AX8 8-스트림 AX6000 (Nighthawk AX8 8-STREAM AX6000)은
양 날개 부분에 안테나가 2개씩 있어서 총 4개인데 무선 속도를 5GHz 주파수에서 4.8Gbps까지 낼 수 있다. 와이파이 5
공유기로는 안테나를 8개 사용하더라도 도달하지 못하는 속도이며,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유선 네트워크 속도인 1Gbps와 비교해도 5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아직은 와이파이 5가 대세인 시대여서 오버 스펙처럼 여겨지는 고사양이지만 삼성 갤럭시 S10 시리즈처럼 사용자가 많은 최신 스마트폰에 차츰
도입되고 있으므로 대중화되는 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각종 신기술로 네트워크 환경 업그레이드하는 고급형 공유기
위에서 언급한 것 외에도 내부 혹은 외부 네트워크의 연결 성능을 높여주기 위해 서로 다른 회선을 묶어 주는 링크 어그리게이션(Link Aggregation), 물리적으로 다른 네트워크를 이용해도 같은 네트워크에 접속한 것 처럼
만들어주는 VPN이나, 안테나 신호 증폭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안테나 끝에 신호 증폭기를 도입하는 등, 표준 규격 또는 제조사 자체적으로 개발한 네트워크 기술을 지원하는 고급형 공유기도 있다.
유무선 네트워크가 일상화되면서 사용자가 늘어난 만큼 요구하는 기능도 다양해지고, 이에 따라 보통 없어도 상관없지만 있으면 더욱 좋은, 혹은 특수 용도로도 꼭 필요한 다양한 기능들이 개발되고 실제 제품화되고 있다. 공유기에
USB 포트를 이용해 간이 NAS나 개인용 프린터를 네트워크 프린터로 활용하는 것도 그 예로 들 수 있다.

PC 애호가들 사이에서 새로운 하이엔드 그래픽카드가 출시될 때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새 그래픽카드로 지뢰 찾기 잘 돌아가나요?"
말이다.
이는 적게 잡아도 수십만 원 이상인 하이엔드 그래픽카드로 요구사양이 그리 높지 않은 게임을 하는 상황에 빗대는 우스갯소리지만, 이는 고급형
공유기에도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단순히 웹 서핑을 하고 1080p (풀 HD) 해상도 이하로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하는 사람이 굳이 공유기에
큰돈을 들일 필요는 없다.
고급형 공유기는 자신의 네트워크 환경을 최적화시키고 한층 더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 기업에서 넓은 공간에 와이파이를 구성하고,
긴박한 게임 한판에 랙으로 인한 불안함을 떨치고, 온가족과 함께 각종 IT 기기를 동시에 쓰면서도 쾌적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고급형 공유기는
충분한 가치를 빛낸다.
해당 기술의 이점을 이해하는 소비자가 그런 점도 고려해서 제품을 선택한다면 투자한 만큼 만족감이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