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 상도 3부. '간지'나는 DIAMOND 그래픽카드가 그립다:: 보드나라

DIAMOND MultiMedia를 아는가? 안다면 당신은 컴퓨터를 만지작거린지 십수년이 훌쩍 넘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좋게 해석하면 이바닥의 원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고, 나쁘게 해석하면 이바닥에서도 노띵취급을 당할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쩝

DIAMOND Multimedia. 한때 세계 최고의 그래픽카드 제조업체로 CANOPUS와 함께 최고급 그래픽카드로 명성을 날렸던 이바닥에서의 아주 고급브랜드였다. 90년대 초반부터 새천년이 넘어가고 월드컵이 진행될때까지가 이 회사의 전성기였다. 설립자가 한국사람이었다는것으로 아주 유명했던 회사이다. (Diamond Multimedia의 설립자인 이종문회장 (현 암벡스벤처그룹 대표) 는 종근당 창립자 이종근씨의 동생이며, 82년에 실리콘밸리에 Diamond Multimedia를 설립, 1995년에 회사를 직원들에게 물려주었다) 그뿐 아니라 새한의 MPMAN과 함께 세계 최초의 메이저브랜드 MP3 플레이어인 Rio를 만든 곳이기도 하다.

DIAMOND Multimedia에대해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조금 더 풀어보자. 하이-엔드 그래픽카드 설계 및 제조로 국내에서도 최고급 브랜드로 인정받았던 회사로, 이 그래픽카드를 쓰는 컴퓨터는 당시 업계와 소비자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될 정도였다. 90년대 후반부터는 nVIDIA사의 Riva 128/ZX/TNT급 칩셋을 채용한 그래픽카드로 최고급그래픽카드이긴 했지만 공전의 히트를 치기도 했다. Viper 시리즈와 Stealth 시리즈가 대표적인 브랜드이고, 불멸의 그래픽카드인 VIPER II로 단종된 후에도 아주 오랬동안 중고가가 판매가보다 더 비쌌던 제품이다. 메인칩셋도 당시에 성능에서 가장 나쁜평가를 받았던 S3 SAVAGE 2000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매니아들의 폭팔적인 인기를 끌었던 제품인 동시에, 타사의 S3 SAVAGE 2000칩셋 장착 제품보다 최소 2배 ~ 5배이상 고가에 거래되었던 제품으로 유명하다.

물론 VIPER II 이후에도 여러 제품들을 판매해오긴 했지만, 국내에서는 VIPER II가 마지막이라고 보는게 정확하다. 이때 DIAMOND MultiMedia Systems는 그래픽코어 칩셋으로 유명한 S3 Inc에 인수되었으며 (그래서 VIPER II가 S3 Savage 2000을 장착했다고 보는게 맞다) S3가 다시 VIA에 인수되고 MP3 플레이어 사업부가 또다른곳에 매각되는등 여러번의 M&A를 통해 모두의 기억속에서 사라져버렸다.

DIAMOND와 CANOPUS가 국내 고급형 그래픽카드를 주름잡던 시절 이후에 국내에서는 ELSA와 Leadtek이 그 명맥을 이었다. ELSA마저 독일본사가 부도처리 되면서 현재 남아있는 고급형 브랜드를 굳이 따지자면, Leadtek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필자도 100% 동의는 못하지만......

갑자기 웬 DIAMOND 칭송이냐고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현재 그래픽카드 시장을 보면 볼수록, 필자는 DIAMOND에 대한 향수가 더더욱 그립다. 당시 DIAMOND사의 제품을 쓴다는건, 요즘 젊은사람들이 PUMA Speedcat과 Levi's Type1, 아디다스의 수십만원짜리 국가 트랙탑을 그들말대로 '간지'나게 입고다니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자부심이었다.

DIAMOND 사의 제품은 후반기에 여타 제품과 같이 nVIDIA 사의 Riva계열 칩셋을 사용하거나 S3사의 Virge / Savage계열 칩셋을 장착한 제품이었지만 같은 칩셋을 장착한 제품이었음에도 타사의 제품보다 수십% ~ 2배가까이 비싼 가격에 거래되었으면서도 불티나게 팔렸던 제품들이다. 그러면서도 말그대로 '칭송'이 자자한 제품들이었고, 사용하는 자에게는 자부심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동경의 대상이었다. 누구하나 같은 칩셋으로 2배이상 비싸게 받아먹는다고 사기꾼이래는둥 용팔이래는둥의 이야기는 전혀 찾아볼 수도 없었다. 필자는 지금도 기억한다. 필자가 군에 있을때 영외자가 컴퓨터 조립을 부탁해서 조립을 한적이 있는데 그때 선택한 Viper 시리즈의 박스를 조립후 1년간 필자의 관물함에 모셔놓고 처다보는 것만으로 만족한 기억을. 요즘엔 이런이야기하면 미친놈소리 듣기 쉽지만, 그때는 모두에게 그런 동경의 대상이었다.

타사와 비교되는 완벽하고 또 완벽한 드라이버, 높은 제품 퀄리티, 브랜드 인지도, 부속물 하나까지 요즘말로 '간지'가 좔좔 흐를 정도의 고급스러운 제품포장과 구성물. 그리고 이것만으로도 설명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DIAMOND사 제품엔 있었다. 그랬기에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었고, 누구하나 그 사실에 불평하지 않았다.

지금 용산의 상황은 어떤가? 조금이라도 가격을 '까기' 위해 메뉴얼이 없음은 다반사요, 부속물도 찾기 힘들고, 촌티나는 박스에 저질부품을 장착하고, 유통사도 불분명하고 족보도 알수없는 제품들이 시장에서 활개치고 있다. 천원이라도 싸면 싼걸 찾아다니는, 품질이야 어떻든 싸면된다는 상황. 당장 타사 제품보다 몇천원이라도 비싸면 당장 여기저기 게시판에 돈에 눈이 먼 놈들이라느니, 그래서 용팔이래느니, 검증없이 비싼 제품이라면 무조건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상황.

싼 제품이 좀 잘팔린다 싶으니까 돈만 조금 있으면 어디서 이상한 제품 수입해와서 검증하지도 않고 팔아 제끼기에 급급하고, 또 그런제품을 싸다고 아무생각없이 사가는 이런 상황이 왜 발생했단 말인가? 도대체 용산에 고급브랜드는 다 어디갔단 말인가? 왜 다들 가격으로만 승부하려 하고 DIAMOND가 그랬던것 처럼 '간지'가 좔좔 흐르는 제품을 팔려고 하지 않는가? 왜 품질엔 상관없이 천원이라도 싼것만 사려고 하는걸까???

민주주의와 시장이 가진 최대 장점이자 민주주의와 시장이 지켜야할 가장 최대의 덕목은 역시 '다양성'이다. 모두가 특정한 '싸구려'제품에만 관심이있다면 시장이 지켜야 할 다양성의 덕목은 어디 간 것인가? 왜 고급형 제품과 고급브랜드 제품들을 인정하지 못하고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왜 더 가치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가?

물론 이 상황들이 비단 국내에서만 일어나는 상황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상황이라는 점에 공감한다. 또, 컴퓨터 하드웨어 시장 자체가 '필수품'에 자리잡으면서 타겟시장이 아닌 보통시장이 되어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필자는 아쉽다. 왜 만들지 못하는걸까? 다들 1천원에 파는 치약도, 어느회사는 이상한 향이나 추출물 같은거, 티가나지도 않는 0.00XX%넣어놓고 값은 두배, 세배씩 받므면서, 효과도 두배, 세배라는둥 하며 잘만 팔더라. 그리고 잘만 사가더라.

사실 따지고 보면 가장 위대한 상도는 구입한 사람이 구입가격 이상의 가치를 느끼게 만들어주는 것 아닌가? 임상옥은 商卽人이라 했다. 필자는 이말을 값어치 있는 제품을 그 값어치 이상 느끼게 만들어 주는것이 상도라고 해석하고 싶다. 여러분들의 옷을 한번 보라. 동대문의 천원짜리 반팔티셔츠보다 ADIDAS나 NIKE에서 만든 수만원짜리 티셔츠를 입고 다니기를 원하지 않던가? 옥션에서 파는 만원짜리 청바지보다 리바이스의 수십만원짜리 청바지를 더 선호하지 않던가? 물론 그런 사람도 있고 아닌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컴퓨터 시장에도 DIAMOND같은 '간지'나는 그래픽카드업체 하나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게 좋은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원가? 마진? 그런 이야기 하지말자. 필자는 지금도 수백 %의 원가대비 수익을 남겨 돈을 쓸어담는 회사들이 파는 옷이든 신발들을 구입하면서 이 회사들이 원가 3만원짜리를 13만원에 판다고 이회사는 나쁜놈이라는둥, 배때지가 불렀다는둥의 이야기들을 들어본적이 없다. 오히려 남들의 부러운 시선을 느끼기 위해 선듯 만원짜리를 마다하고 십만원짜리를 선택하는 사람들을 봤을 뿐. 정부에서 권장하는 평균 유통 마진률이 얼마인지 아는가? 20 ~ 40%다. 용산은??? 1 ~ 5%밖에 되지 않는다.

IT시장 트렌드가 아무리 바뀌었다고 쳐도, 컴퓨터는 단 하나도 없단 말인가???

* 추가1 : CANOPUS가 Canopers로 잘못 표기되어 수정하였습니다. 지적하여주신분께 감사드립니다.

* 추가2 : 기사에서 언급된 타 브랜드에 대한 내용은, 쉬운 예를 든 것일뿐 해당 회사의 정책과 브랜드를 비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니 많은 양해 바랍니다.

*추가3 : 기사에서 일본어인 '간지'의 단어의 어감에 대해서 많이 불편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필자도 어감에 호감이 들지 않는게 사실이나, 시대의 트렌드를 용산시장과 대비시켜 보이고자 하는 필자의 의도를 강조하고자 일부러 '간지'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습니다. 해당 용어는 수정할 계획이 전혀 없습니다.

추가4 : 지적에 따라 '쉽상이지만' -> '쉽지만' '예기' -> '해석하면', '예네들은' -> '이 회사들이' 로 수정되었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올바른 한글사용을 위해 더 반성하겠습니다.